재계약하며 보증금 8,000만원 넘게 올린 서울 아파트 10%, 그중 91%는 청구권 없는 합의 갱신
8,000만원 올려줄 테니 살게 해달라는데, 서울 아파트 재계약은 실제로 얼마나 올랐나
10월 6일 파이낸셜뉴스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8,000만원 올려줄 테니 그냥 눌러앉게 해달라"고 사정하는 전세 시장을 전했다. 이 문장이 실제 시장의 평균 모습인지 확인하려고 서울 25개 구 아파트 전세 재계약을 계약 단위로 뜯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증금을 8,000만원 이상 올린 재계약은 10.0%, 열 건 중 한 건이었다. 증액된 계약만 보면 중앙값은 2,750만원이었고, 8,000만원 이상 올린 계약의 91%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고 집주인과 합의한 재계약이었다. 분석 대상은 국토교통부 실거래 신고에서 2026년 3월부터 9월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갱신 계약 중 월세 없이 보증금만 있는 전세형 31,577건이다. 갱신 계약에는 직전 계약의 보증금이 함께 신고되기 때문에 "이번에 얼마를 올렸는가"를 원 단위로 계산할 수 있다. 이 칼럼은 지난번 9월 갱신계약 급증 칼럼이 비중과 인상률을 다뤘던 것과 달리, 올린 금액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증액 중앙값은 2,750만원, 8,000만원 이상은 상위 10%
서울 아파트 전세 재계약 열 건 중 아홉 건(89.0%)은 보증금이 올랐고, 동결이 10.0%, 오히려 내린 경우가 1.0%였다. 올린 계약만 놓고 보면 평균은 4,145만원으로 중앙값 2,750만원보다 크다. 소수의 고가 아파트가 평균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아래 표는 증액 금액을 구간으로 나눠 계약이 어디에 몰려 있는지 보여준다.
| 증액 금액 | 계약 수 | 비중 |
|---|---|---|
| 동결 또는 감액 | 3,485건 | 11.0% |
| 3,000만원 미만 | 14,888건 | 47.1% |
| 3,000만~5,000만원 미만 | 6,951건 | 22.0% |
| 5,000만~8,000만원 미만 | 3,089건 | 9.8% |
| 8,000만~1억원 미만 | 679건 | 2.2% |
| 1억원 이상 | 2,485건 | 7.9% |
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8,000만~1억원 구간이 2.2%로 얇은 반면 1억원 이상이 7.9%로 두껍다는 점이다. 8,000만원이 "상한선 근처"가 아니라 이미 고가 아파트 영역에 걸쳐 있다는 의미다. 2억원 이상 올린 계약도 608건(1.9%) 있었다.
월별로 보면 8,000만원 이상 증액 비중은 8.8%에서 11.1%로 올랐다
기사가 말하는 "분위기"가 숫자로도 보이는지 월별로 나눠봤다. 8,000만원 이상 올린 재계약의 비중은 3월 8.8%에서 6월 10.9%, 9월 11.1%로 조금씩 높아졌다. 같은 기간 동결 비중은 11.6%에서 8.0%로 줄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그대로 두는 경우가 줄고, 큰 금액을 올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방향은 기사와 같다.
다만 변화 폭은 2.3%포인트로, "급변"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다. 9월은 신고 기한이 끝나지 않아 3,453건만 집계된 중간값이어서, 11월에 다시 받으면 숫자가 달라질 수 있다. 8월에 잠시 내려갔다 오르는 모양이라 한두 달의 흐름만으로 추세를 단정하기도 어렵다.
증액 금액은 집값이 정한다 — 12억 넘는 전세는 5%만 올려도 6,000만원
같은 8,000만원이라도 3억원짜리 전세와 15억원짜리 전세에서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직전 보증금을 구간으로 나눠 보면 이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모든 구간에서 증액률 중앙값은 정확히 5.0%였고, 구간이 올라갈수록 금액만 커졌다.
| 직전 보증금 | 계약 수 | 증액 중앙값 | 5,000만원 이상 | 8,000만원 이상 |
|---|---|---|---|---|
| 3억 미만 | 6,181건 | 1,035만원 | 5.9% | 3.0% |
| 3억~5억 | 9,014건 | 2,000만원 | 11.4% | 5.9% |
| 5억~8억 | 11,009건 | 3,000만원 | 17.9% | 10.9% |
| 8억~12억 | 3,671건 | 4,500만원 | 40.0% | 16.5% |
| 12억 이상 | 1,702건 | 7,000만원 | 83.4% | 37.4% |
가장 아래 줄을 보면 12억원 이상 아파트에서는 증액 중앙값이 7,000만원이고, 세 건 중 한 건 이상이 8,000만원을 넘었다. 이 구간에서는 법정 상한인 5%를 지켜도 직전 보증금이 16억원이면 8,000만원이 된다. 그래서 "8,000만원 올렸다"는 사실만으로 과도한 인상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고, 직전 보증금 대비 몇 %인지를 함께 봐야 한다. 내 보증금에 5%를 적용하면 얼마인지는 재계약 계산기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8,000만원 이상 올린 계약의 91%는 청구권 없이 합의한 재계약이다
재계약은 두 종류로 나뉜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증액이 5% 이내로 제한되고, 집주인과 서로 합의해 갱신하는 경우에는 이 상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실거래 신고에는 청구권 사용 여부가 함께 기록되므로 두 집단을 나눠 비교할 수 있다.
| 항목 | 청구권 사용 | 합의 갱신 |
|---|---|---|
| 계약 수 | 16,565건 | 15,012건 |
| 동결 비중 | 9.3% | 10.9% |
| 5% 초과 인상 | 0.4% | 40.9% |
| 20% 이상 인상 | 0.0% | 10.6% |
| 8,000만원 이상 증액 | 1.8% | 19.1% |
합의 갱신에서는 열 건 중 네 건이 5%를 넘겨 올랐고, 열 건 중 한 건은 20% 이상 올랐다. 청구권을 쓴 갱신은 5%를 넘은 사례가 0.4%뿐이라 사실상 상한이 지켜졌다. 이 표의 5% 초과 비중은 아파트 전세형 갱신만 센 것이어서, 월세 계약까지 포함했던 앞선 칼럼과 숫자가 조금 다르다. 8,000만원 이상 올린 3,164건을 다시 나누면 합의 갱신이 2,873건(90.8%), 청구권 사용이 291건(9.2%)이었다. 청구권을 쓰고도 8,000만원 넘게 올린 291건은 직전 보증금 중앙값이 18억원으로, 전부 5% 이내였다. 반대로 합의 갱신으로 8,000만원 이상 올린 계약 가운데 1,338건은 증액률이 20%를 넘었다. 기사 속 "8,000만원"은 대부분 이쪽, 즉 청구권 없이 협상한 큰 폭의 인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합의 갱신과 신규 계약의 조건 차이는 갱신계약과 신규계약 비교 칼럼에 정리해 두었다.
구별로는 서초·강남·광진·용산·송파에서 8,000만원 이상 비중이 17%대
구별로는 편차가 훨씬 컸다. 8,000만원 이상 증액 비중이 가장 높은 서초구는 18.7%였고, 강남구·광진구·용산구가 나란히 17.4%, 송파구가 16.6%였다. 반대로 금천구는 1.7%, 중랑구는 2.5%, 노원구는 4.4%에 그쳤다. 8,000만원 이상 증액 3,164건 가운데 강남구 482건, 송파구 432건, 서초구 369건이 모두 1,283건으로 전체의 40.5%를 차지했다.
금천구는 계약이 290건뿐이라 표본이 넉넉하지 않다. 종로구도 161건이어서 이 그래프에는 넣지 않았다. 구별 순위는 대체로 그 구의 직전 전세 보증금 수준(서초구 중앙값 7억 5,000만원, 노원구 2억 5,150만원)을 그대로 따라간다. 증액 "금액"의 구별 격차는 상당 부분 집값 격차의 반영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읽어야 한다.
동 단위로는 도곡·잠원·반포·압구정이 30% 안팎
동으로 내려가면 더 극적이다. 계약이 150건 이상 쌓인 동 중 8,000만원 이상 증액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도곡동(도곡역 일대)으로 33.6%였다. 서울 아파트 전세 재계약 세 건 중 한 건이 8,000만원 넘게 올랐다는 뜻이다.
| 동 | 재계약 계약 수 | 증액 중앙값 | 8,000만원 이상 비중 |
|---|---|---|---|
| 도곡동 | 223건 | 5,400만원 | 33.6% |
| 잠원동 | 287건 | 5,000만원 | 31.4% |
| 반포동 | 367건 | 6,000만원 | 31.3% |
| 압구정동 | 182건 | 5,000만원 | 29.1% |
| 잠실동 | 483건 | 5,200만원 | 25.1% |
| 광장동 | 150건 | 3,425만원 | 20.0% |
| 상일동 | 326건 | 3,050만원 | 19.9% |
표의 아래쪽 두 곳이 흥미롭다. 광진구 광장동과 강동구 상일동은 강남권이 아니지만 재계약 다섯 건 중 한 건이 8,000만원 넘게 올랐다. 상일동(상일동역 일대)은 재계약 직전 보증금 중앙값이 6억 3,000만원이어서 5%만 올려도 3,000만원이 넘는다. 압구정동(압구정역 일대)과 잠원동처럼 직전 보증금 중앙값이 9억~13억원대인 동에서는 증액 중앙값이 5,000만원에 이른다.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가 확인할 것
청구권 행사 여부가 증액 가능 폭을 가른다는 게 이번 집계의 핵심이다. 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갱신을 요구하면 증액은 5% 이내로 묶인다. 같은 조건에서 집주인이 5% 넘게 요구한다면, 청구권을 쓸 수 있는 상황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청구권을 쓰기 어려운 경우(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을 주장하는 경우 등)에는 협상이 되고, 그때 증액 금액은 위 표처럼 시장 분위기에 따라 움직인다. 올려줄 보증금이 부담이라면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방법도 있다. 보증금 1,000만원을 월세로 바꾸면 한 달에 얼마인지는 전월세 전환 계산기로 계산해볼 수 있고, 실제 시장에서 보증금이 얼마나 월세를 깎아주는지는 보증금 올리면 월세 칼럼을 참고할 수 있다. 경기·인천에서는 재계약 비중 자체가 달라서 경기 재계약 칼럼도 함께 볼 만하다.
이 집계가 말하지 못하는 것
이 집계는 국토교통부 실거래 신고에 올라온 계약만 센 것이라, 신고되지 않았거나 구두로 합의한 증액은 들어 있지 않다. 신고 기한이 계약 후 30일이므로 9월 계약은 아직 일부만 들어와 있다. 월세가 섞인 반전세형 재계약(보증금과 월세가 함께 바뀐 경우)은 증액 금액을 보증금 하나로 비교할 수 없어 제외했다. 단지명이 신고 원본에 없어 특정 아파트의 인상 폭을 확인할 수는 없다. 8,000만원이라는 숫자 역시 기사 속 개별 사례여서, 이 데이터로 그 사례의 단지나 조건을 확인한 것은 아니다. 계약 건수가 150건 미만인 동은 표에서 제외했고, 구 단위 표본은 최소 161건(종로구)이다. 11월 초에 9월 신고분이 모두 들어오면 같은 방식으로 다시 집계해 이 칼럼을 갱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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