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계약과 신규계약, 조건은 얼마나 다를까 — 보증금은 높고 월세는 낮았다
갱신계약과 신규계약, 조건이 같을까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임대료를 5% 넘게 못 올린다는 건 많이들 안다. 그런데 실제 갱신계약자와, 그 동네에 새로 들어오는 신규계약자의 계약 조건 자체는 얼마나 다를까?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은 각 거래가 "갱신"인지 아닌지 표시하는 항목을 제공하는데, 이 항목을 기준으로 최근 6개월(2026년 4~9월) 오피스텔 실거래를 갱신·신규로 나눠 평균을 내봤다.
사당동·역삼동·가산동 오피스텔, 갱신하면 보증금은 높고 월세는 낮았다
세 지역 모두 갱신계약의 보증금이 신규계약보다 높고 월세는 낮았다. 동작구 사당동과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의 평균 조건을 나란히 놓으면 다음과 같다.
| 지역 | 갱신계약 (표본) | 신규계약 (표본) |
|---|---|---|
| 사당동 | 보증금 9,455만원·월세 49만원 (49건) | 보증금 5,060만원·월세 64만원 (199건) |
| 역삼동 | 보증금 1억131만원·월세 69만원 (272건) | 보증금 6,962만원·월세 86만원 (1,104건) |
두 곳 모두 갱신 쪽이 보증금은 훨씬 많이 맡기고 월세는 덜 낸다. 월세는 사당동이 23%, 역삼동이 20% 낮았다. 금천구 가산동에서도 갱신계약 보증금이 신규보다 높고 월세는 39% 낮게 나타나, 세 지역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오피스텔만의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같은 기간 연립다세대(빌라)로 범위를 넓혀도 방향은 같았다. 강남구 연립다세대는 갱신계약 보증금 1억8,383만원·월세 59만원(표본 478건), 신규계약 보증금 8,499만원·월세 97만원(표본 1,621건)으로 보증금은 116% 높고 월세는 39% 낮았다. 단독다가구 역시 세 지역 모두 갱신 쪽 보증금이 신규보다 높고 월세는 낮은 패턴이 반복됐다. 주택 유형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같은 방향의 패턴이 나온다는 건, 이게 특정 동네나 특정 건물유형에 국한된 우연이 아니라 시장 전반에 퍼진 협상 관행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여의도동·판교에서도 다시 확인했다
이 패턴이 사당·강남·가산 세 지역만의 특수한 현상인지 확인하기 위해, 같은 방식으로 여의도동과 판교(삼평동) 오피스텔 실거래(2026년 4~9월)를 갱신·신규로 나눠 다시 계산해봤다.
| 지역 | 갱신계약 (표본) | 신규계약 (표본) |
|---|---|---|
| 여의도동 | 보증금 2억2,359만원·월세 82만원 (96건) | 보증금 1억9,236만원·월세 88만원 (257건) |
| 판교(삼평동) | 보증금 1억5,006만원·월세 46만원 (39건) | 보증금 1억1,411만원·월세 66만원 (100건) |
두 지역 모두 갱신 쪽 월세가 낮았다. 여의도동은 7%, 판교는 30%였다. 표본이 40~250건대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규모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확인한 지역은 사당·강남·가산·여의도·판교 다섯 곳으로 늘어나는데, 다섯 곳 모두 예외 없이 "갱신 시 보증금은 높고 월세는 낮다"는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보증금 격차는 사당동 +87%, 여의도동 +16%, 5배 넘게 벌어졌다
오피스텔 기준으로 다섯 지역의 갱신계약 보증금이 신규계약보다 얼마나 높은지 순서대로 놓으면 사당동이 가장 크고 여의도동이 가장 작다.
그래프에서 보듯 사당동이 가장 앞서고 역삼동·가산동이 비슷한 수준으로 뒤를 이으며, 판교와 여의도동은 상대적으로 격차가 작다. 보증금 격차가 가장 큰 사당동과 가장 작은 여의도동의 차이는 5배가 넘는다. 월세 쪽도 가산동이 39% 낮아 가장 컸고 여의도동이 7%로 가장 작았다. 흥미로운 점은 보증금 절대 수준이 가장 높은 여의도동(신규 기준 1억9,236만원)에서 오히려 갱신·신규 격차가 가장 작았다는 것이다 — 이미 보증금 자체가 높은 지역에서는 갱신 시 추가로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반대로 보증금 수준이 낮은 사당동·가산동 같은 지역에서는 갱신 협상으로 보증금을 큰 폭으로 올릴 여지가 더 크게 남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다섯 곳 모두 표본 수가 39건(판교 갱신)에서 1,342건(사당동 전체)까지 편차가 있어, 표본이 상대적으로 적은 판교·여의도동의 수치는 사당·역삼·가산보다는 보수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안전하다.
"갱신 세입자가 더 넓은 집에 산다"는 가설, 실제로 확인해보면
앞서 "갱신 세입자가 애초에 더 넓거나 조건이 좋은 매물에 살고 있었을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같은 실거래 데이터에는 전용면적(㎡) 정보도 들어 있어 이 가설을 직접 검증해볼 수 있다. 여의도동 오피스텔은 갱신계약의 평균 전용면적이 41.7㎡(표본 96건)로 신규계약의 36.4㎡(표본 257건)보다 15% 넓었다 — 실제로 여의도동에서는 "더 넓은 집에 사는 세입자일수록 갱신 시 보증금을 더 올려주는" 경향이 면적 데이터로도 뒷받침된다. 그런데 판교(삼평동)는 정반대였다. 갱신계약의 평균 전용면적은 27.6㎡(표본 39건)로 신규계약의 29.8㎡(표본 100건)보다 오히려 7% 좁았다. 두 지역의 결과가 엇갈린다는 건, "갱신 세입자가 원래 더 좋은 조건이었다"는 가설이 모든 지역에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 여의도동에서는 이 가설이 갱신 시 보증금 격차의 일부를 설명할 수 있지만, 판교에서는 면적 차이로는 설명이 안 되고 오히려 순수한 협상 관행 쪽에 무게가 실린다.
왜 이런 패턴이 나타날까
가장 유력한 설명은 "전월세 전환 협상"이다. 계약을 갱신할 때 목돈 여유가 생긴 세입자가 보증금을 올리고 월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재계약하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 데이터는 같은 매물의 갱신 전·후를 추적한 것이 아니라, 같은 기간 신고된 갱신계약과 신규계약을 각각 평균 낸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해둬야 한다. 갱신 세입자가 애초에 더 넓거나 조건이 좋은 매물에 살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증금 증가분과 월세 감소분을 맞바꿔보면
여의도동과 판교의 실제 수치로 "보증금을 올린 만큼 월세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역산해볼 수 있다. 여의도동은 갱신 시 보증금이 신규보다 3,123만원 더 많고 월세는 6만원 적은데, 월세 감소분을 연 단위(6만원×12=72만원)로 바꿔 보증금 증가분으로 나누면 약 2.3%가 나온다. 판교는 보증금 3,595만원 증가에 월세 20만원 감소(연 240만원)로, 역산 비율이 약 6.7%다. 법정 전월세 전환율(5.5%)과 비교하면 여의도동은 그보다 낮고 판교는 오히려 조금 높은 셈인데, 이 값이 정확히 법정 비율을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 갱신 시 보증금·월세 조정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개별 협상으로 정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주제를 전국 단위로 더 깊이 파고든 내용은 월세 전환율, 실제 시장은 몇 %일까 칼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갱신을 앞두고 있다면
만약 갱신을 앞두고 있고 "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월세를 낮추는" 협상을 고려하고 있다면, 전환율 계산기로 실제로 얼마나 절약되는지 미리 계산해볼 수 있다. 반대로 집주인이 갱신 시점에 월세만 올리려 한다면,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는 경우 인상 폭은 5%를 넘을 수 없다는 점부터 짚고 협상을 시작하는 게 순서다. 협상 결과를 어느 조건으로 정리하든,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확인할 항목은 방문 체크리스트에서 한 번에 점검할 수 있고, 새로 이사할 동네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통근시간·예산 비교로 후보 지역부터 좁혀보는 것도 방법이다.
다음에 확인해볼 것
이번 비교는 사당·강남·가산·여의도·판교 5개 지역에 한정했다. 이미 구로디지털단지·시청·마곡나루 통근권에서도 대림동·내수동·등촌동을 대상으로 같은 패턴이 재확인된 바 있어, 지금까지 확인된 지역은 총 8곳으로 늘었고 전부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8곳이 전부 같은 방향이라는 건 우연이라고 보기엔 표본이 너무 일관적이지만, 그렇다고 전국 모든 동네가 똑같은 패턴을 보인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없다 — 서울 업무지구와 분당·판교 신도시 위주로만 확인했을 뿐, 지방 중소도시나 대학가처럼 임대차 시장 구조 자체가 다른 지역까지 아우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업무지구 인근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지는 동네 시세 페이지에서 직접 원하는 지역의 최근 실거래 사례를 열어보면 확인할 수 있다. 지역마다 갱신·신규 비율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특정 동네의 표본이 지나치게 적다면 이번 분석과 같은 방식의 비교는 신중하게 받아들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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