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씨 말랐다'는 가을, 서울 신규 전세 계약은 3월보다 41% 줄었다
"전세 씨가 말랐다", 실거래 신고로도 보일까
가을 이사철을 앞둔 9월, "전세 매물이 1년 새 12% 넘게 줄었다", "추석 끝나면 이사해야 하는데 전세가 없다"는 기사가 잇따랐다. 입주 물량이 줄어 새 아파트로 옮기는 집주인이 내놓는 기존 전세가 줄었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는 세입자가 늘면서 시장에 새로 나오는 전세가 더 줄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통계는 대부분 부동산 플랫폼에 올라온 매물 수를 센 값이다. 매물은 계약이 체결되기 전의 호가이고, 같은 집이 여러 중개사무소에 중복으로 올라오기도 한다. 그래서 이 글은 매물 대신 실제로 체결된 계약을 셌다.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 신고 원본에서 서울 25개 구의 2026년 3~9월 계약을 모두 내려받아, 기존 세입자의 재계약(갱신)은 빼고 새로 맺은 '신규' 계약만 남겼다. 시장에 새로 나온 전세가 실제로 얼마나 거래됐는지를 보려는 것이다. 월세가 0원인 계약을 전세로 분류했다.
신규 전세 계약, 3월보다 41% 줄었다
9월 계약은 아직 신고가 다 들어오지 않았다(신고 기한이 계약 후 30일이라 10월 1일 기준 9월분은 8월의 66% 수준). 그래서 달마다 신고가 거의 끝난 1~14일 계약만 떼어 같은 조건으로 비교했다.
그래프에서 3월 5,481건이던 신규 전세 계약이 8월 3,249건까지 매달 줄었다. 신규 계약 중 전세 비중(월 전체)은 3월 28.8%, 4월 28.6%, 5월 29.1%에서 6월 25.7%, 7월 26.1%, 8월 24.4%로 내려갔다. 신규 전세 계약은 다섯 달 연속 줄어 3월보다 8월이 41% 적다(건수는 1~14일 기준, 비중은 월 전체 신규 계약 기준이다). 3월은 봄 이사철이라 원래 계약이 많은 달이므로, 전체 신규 계약도 같이 봐야 한다. 같은 기간 전체 신규 계약은 1만9,234건에서 1만3,503건으로 30% 줄었다. 시장 전체가 줄어든 것보다 전세가 11%포인트 더 빨리 줄었으니,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는 체감은 실거래에서도 확인된다. 아파트만 보면 3월 44.7%에서 8월 40.4%로, 전용 40㎡ 이하 원룸·오피스텔·빌라만 보면 18.1%(4월)에서 15.4%(8월)로 낮아졌다. 원룸형 신규 계약 100건 중 전세는 15건 남짓이라는 뜻이다. 동네별로 전세와 월세가 어떻게 나뉘는지는 서울 자치구 단위 전세 비중 순위 칼럼에서 정리한 적이 있다.
아파트 신규 전세는 반토막, 원룸·빌라는 3분의 1 줄었다
주택 유형별로 나누면 감소 폭이 크게 다르다. 같은 1~14일 기준으로 3월과 8월을 비교했다. 비아파트는 오피스텔·빌라·다가구를 합친 값이다. 아파트 신규 전세는 3월 2,639건에서 8월 1,313건으로, 비아파트 신규 전세는 2,842건에서 1,936건으로 줄었다. 신규 계약 전체는 아파트가 5,747건에서 3,303건, 비아파트가 1만3,487건에서 1만200건이 됐다. 이를 감소율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아파트 신규 전세는 정확히 반토막이 났고, 시장 자체가 얼어붙은 가운데 전세가 계약 전체(43%)보다 조금 더 빨리 빠졌다. 비아파트도 전세(32%)가 계약 전체(24%)보다 8%포인트 더 빨리 줄었다. 뉴스가 주로 다루는 아파트 전세난이 가장 심하지만, 원룸과 빌라에서도 전세가 월세보다 빠르게 줄었다는 점은 같다. 1인 가구가 구할 수 있는 전세는 원래도 적었는데 더 줄어든 셈이다.
원룸 전세, 구마다 보증금이 2.6배 차이
원룸형 신규 전세의 보증금 수준도 구별로 확인했다. 6~8월 전용 40㎡ 이하 신규 전세 보증금 중앙값은 중구가 2억7,0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서초구 2억6,500만원, 강남구 2억6,000만원, 용산구 2억5,630만원이 뒤를 이었다. 가장 낮은 곳은 강북구 1억500만원, 도봉구 1억2,220만원, 구로구 1억3,000만원, 관악구 1억3,850만원이었다. 같은 서울 원룸 전세라도 중구와 강북구는 2.6배 차이가 난다. 전세 계약 건수도 구마다 다르다. 석 달 동안 원룸형 신규 전세가 가장 많았던 곳은 강서구(707건)와 영등포구(703건)였고, 종로구(152건), 강북구(165건), 도봉구(166건)는 가장 적었다. 전세를 꼭 구해야 한다면 보증금 수준과 함께 해당 구에서 전세 계약이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도 같이 봐야 한다. 매물이 잘 나오는 동네와 아닌 동네의 차이는 서울 자치구 매물 유동성 비교 칼럼에서도 다뤘다.
9월 서울 신규 전세 비중은 잠깐 반등했다
흥미로운 건 9월이다. 아직 들어온 9월 신고분만 보면 신규 계약 중 전세 비중은 29.4%, 1~14일만 떼어도 27.6%로 8월(24.1%)보다 높게 나왔다. 원룸형도 15.4%에서 20.8%로 올랐다. 건수로도 9월 1~14일 신규 전세가 이미 3,102건 신고돼, 신고가 다 들어오면 8월(3,249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 계약이 몰린 계절적 영향일 수 있고, 신고가 빨리 들어오는 계약 유형이 따로 있어 생긴 착시일 수도 있다. 한 달 치만으로 추세가 바뀌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9월에 전세가 아예 없었다'는 인상과 달리, 실제로 체결된 신규 전세는 꾸준히 있었다는 점은 기억해둘 만하다. 전세 보증금 수준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원룸형 신규 전세의 보증금 중앙값은 3월 1억9,000만원에서 6월과 8월 1억9,800만원으로 4% 올랐고, 9월 신고분은 1억9,400만원이었다.
9월에도 전세가 더 줄어든 구와 동
구별로 원룸형 신규 계약의 전세 비중을 6~8월 평균과 9월로 나눠 비교하면, 25개 구 중 21곳에서 9월 비중이 올랐고 4곳에서 내렸다. 9월에도 전세가 더 줄어든 곳은 도봉구(19.6%→15.9%), 영등포구(19.4%→17.4%), 중랑구(14.0%→12.1%), 관악구(8.5%→7.8%)였다. 관악구는 원래 원룸 전세가 가장 드문 구인데, 9월에는 신규 원룸 계약 830건 중 전세가 7.8%에 그쳤다. 대학가 원룸 시세는 서울대입구·낙성대 vs 신림 비교 칼럼에서 따로 다뤘다. 동 단위로 보면 차이가 더 크다. 6~8월에 60건 이상, 9월에 25건 이상 원룸형 신규 계약이 있었던 117개 동 가운데 원룸형 신규 계약 중 전세 비중이 가장 많이 줄어든 5곳과 크게 오른 5곳은 다음과 같다.
| 동 | 6~8월 전세 비중 | 9월 전세 비중 | 방향 |
|---|---|---|---|
| 영등포구 영등포동2가 | 27.6% | 16.2% | 감소 |
| 성동구 성수동2가(성수역) | 29.5% | 19.2% | 감소 |
| 도봉구 방학동(방학역) | 18.8% | 12.0% | 감소 |
| 영등포구 영등포동1가(영등포시장역) | 23.2% | 16.7% | 감소 |
| 강남구 대치동(대치역) | 12.5% | 6.8% | 감소 |
| 성동구 송정동 | 12.6% | 41.4% | 증가 |
| 마포구 신수동(광흥창역) | 27.1% | 53.8% | 증가 |
| 동대문구 전농동(청량리역) | 17.3% | 32.7% | 증가 |
| 서초구 방배동(방배역) | 24.5% | 39.0% | 증가 |
| 노원구 상계동(상계역) | 18.5% | 32.4% | 증가 |
대치동은 9월 원룸형 신규 계약 59건 중 전세가 4건뿐이었다. 서대문구 남가좌동은 9월 원룸형 신규 25건이 전부 월세였다. 반대로 전세 비중이 오른 동들은 9월 표본이 26~82건이라, 전세 계약 몇 건만 더 들어와도 비중이 크게 움직인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서울 전세를 구한다면 동네 전세 계약 건수부터 확인하자
정리하면 '전세가 사라졌다'는 체감은 3~8월 실거래 신고에서 분명하게 확인된다. 신규 전세 계약은 3월보다 41% 줄었고, 시장 전체보다 더 빨리 줄었다. 다만 9월 들어서는 비중이 잠깐 반등했고, 동네에 따라 전세가 오히려 늘어난 곳도 있었다. 서울 전체 평균만 보고 전세를 포기하기보다, 이사하려는 동네에서 최근 전세 계약이 실제로 몇 건이나 있었는지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다. 전세와 월세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동네마다 다르다. 이 계산은 전세가 유리한 동네 vs 월세가 유리한 동네 칼럼에서 전월세 전환율로 해봤고, 내 조건으로 직접 따져보려면 전월세 전환 계산기를 쓰면 된다. 기존 세입자가 재계약을 택하면서 신규 전세가 줄어든 흐름은 재계약이 늘었다는 가을, 갱신계약 비중은 칼럼에서 갱신 계약 쪽 데이터로 따로 확인했다. 9월 계약 신고가 모두 들어오는 다음 달에 같은 기준으로 다시 집계해 반등이 이어졌는지 보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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