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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보증원룸, 서울에 정말 있을까 — 실거래가 607건으로 확인했다

운영자 · 발행 2026-09-23 · 수정 2026-10-01

무보증원룸, 실제로 있긴 할까

"무보증원룸", "무보증월세", "보증금 없는 월세" — 자취방을 구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검색해봤을 법한 키워드다. 목돈 없이 월세만 내면 되는 방이 정말 있는지, 있다면 그 대신 월세가 더 비싸지는 건 아닌지 궁금해서다. 출근컷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서 보증금이 0원으로 신고된 계약을 직접 걸러 실제로 확인해봤다. 서울 25개 자치구와 성남시 3개 구(수정·중원·분당), 오피스텔·연립다세대·단독다가구 세 유형의 최근 12개월(2025년 10월~2026년 9월) 월세 실거래 298,274건을 전부 훑었다.

결론부터: 있긴 하다, 다만 아주 드물다

이 기간 보증금이 0원인 '무보증' 계약은 989건, 전체 월세의 0.33%였다. 여기엔 이태원·한남동의 대형 빌라나 가회동 한옥처럼 월세 300만~1,300만원대 고급 단독·연립주택도 섞여 있어, 이런 물건을 빼고 전용면적 40㎡ 이하 '원룸형'으로 다시 좁히면 607건(원룸형 월세 223,215건 중 0.27%)이 남는다. 100채 중 1채도 안 되는 수준이니, "무보증 원룸이 흔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어디에 몰려 있을까

원룸형 무보증 계약이 가장 많았던 곳은 관악구로, 주로 신림역 인근 신림동·봉천동이었다. 강서구 화곡동, 영등포구 대림동·신길동, 금천구 독산동·시흥동·가산동, 동작구 노량진동·신대방동·사당동, 구로구 가리봉동·고척동이 뒤를 이었다.

원룸형 무보증 계약 건수 (최근 12개월, 많은 곳과 적은 곳)
관악구103건강서구66건영등포구42건금천구37건동작구37건구로구29건중구4건노원구3건성남 분당구3건성남 중원구0건

노원구·성남시 분당구·중구·성남시 중원구에서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통점은 뚜렷하다 — 대학가·고시촌·공단 인근처럼 원룸 재고 자체가 많고 임대료가 낮은 동네에 집중돼 있다.

오피스텔엔 단 한 건도 없었다

더 눈에 띄는 건 건물 유형이다. 원룸형 무보증 607건을 유형별로 나누면 단독다가구가 461건(76%), 연립다세대가 146건(24%)이고 오피스텔은 0건이었다. 오피스텔은 관리사무소를 낀 위탁관리가 많아 보증금을 임대료 체납 완충장치로 쓰는 관행이 굳어 있는 반면, 개인 집주인이 직접 세를 놓는 다가구·연립주택에서는 보증금을 아예 받지 않는 선택이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운 것으로 보인다. "무보증원룸"을 찾는다면 오피스텔보다는 다가구주택 매물 위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건물이 오래될수록 무보증이 많다

같은 자료를 이번엔 건축연차로 다시 나눠봤다. 최근 6개월(2026년 3~8월, 위 12개월 표본에 포함된 기간) 원룸형 무보증 계약 347건 중 절반 가까운 171건(49.3%)이 준공 26년 이상 구축이었고, 신축(5년 이하)은 17건(4.9%)뿐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보증금이 있는 원룸형 계약(110,122건)은 구축 비중이 29.1%, 신축 비중이 11.3%로 훨씬 균형 잡혀 있었다. 즉 무보증 계약은 신축보다 구축에 2배 넘게 더 많이 몰려 있다는 뜻이다. 오래된 다가구·연립주택일수록 임대인이 시설 감가를 이유로 보증금 없이 월세만 받는 조건을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성수동·마곡동·문정동처럼 새로 개발된 업무지구 인근 동네는 이 흐름이 더 뚜렷하다. 같은 6개월 기준으로 마곡나루역 인근 마곡동, 문정역 인근 문정동, 성수역 인근 성수동1가·2가의 원룸형 무보증 계약은 다음과 같았다.

동원룸형 계약무보증 계약
마곡동2,809건0건
문정동1,783건1건
성수동1가305건2건
성수동2가235건1건

신축 건물 비중이 높은 신흥 업무지구에서는 무보증 매물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더 비쌀까 —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가장 궁금한 질문은 가격이다. 원룸형 기준으로 무보증 계약의 중위 월세는 48만원, 보증금이 있는 일반 계약의 중위 월세는 50만원이었다. 오히려 무보증 쪽이 2만원 더 쌌다. 구 단위로 쪼개 봐도 비슷해서, 표본이 있는 27개 구 중 21개 구에서 무보증 원룸형 중위 월세가 보증금 있는 원룸형과 같거나 더 낮았다.

구무보증 중위 월세보증금 있는 중위 월세
영등포구44만원48만원
금천구36만원45만원
동작구40만원50만원

더 비쌌던 곳은 강서구·강남구·양천구·서대문구·서초구·노원구 6곳뿐이었는데, 이 중 서초구(14건)·노원구(3건)는 표본이 워낙 적어 일반화하긴 이르다.

보증금이 적을수록 월세도 낮다 — 반비례가 아니라 비례

무보증(0원) 계약뿐 아니라 보증금 구간 전체를 놓고 다시 봤다. 최근 6개월(2026년 3~8월) 원룸형 계약을 보증금 액수별로 나누면, 보증금이 커질수록 월세도 함께 올라가는 계단식 패턴이 뚜렷했다.

보증금 구간계약 수중위 월세
무보증347건45.0만원
1~500만원26,043건47.3만원
501~1,000만원33,893건69.6만원
1,000만원 초과50,186건84.2만원

"보증금이 없으면 그만큼 월세로 만회한다"는 반비례 관계가 아니라, 보증금과 월세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비례 관계에 가깝다는 뜻이다. 보증금을 적게 낼수록 전체적으로 저렴한 매물일 가능성이 높지, 월세로 부담이 옮겨가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숫자다. 전용면적도 살짝 차이가 났다. 무보증 원룸형의 평균 전용면적은 23.6㎡, 보증금이 있는 원룸형은 25.2㎡로 무보증 쪽이 6.3% 더 작았다. 방이 작을수록 무보증 계약을 받아들이는 임대인이 조금 더 많다는 뜻인데, 앞서 확인한 "무보증은 구축에 몰려 있다"는 경향과 함께 보면 무보증 매물의 전형적인 모습이 그려진다 — 오래되고, 작고, 애초에 임대료 자체가 낮은 다가구·연립주택이다. 혹시 반지하나 저층에 무보증이 몰려 있는 건 아닌지도 확인해봤다. 층수 정보가 있는 연립다세대만 놓고 보면 무보증(81건)의 평균 층수는 3.7층으로, 보증금이 있는 연립다세대(41,088건, 평균 3.6층)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반지하(0층 이하) 비중도 무보증 2.5%, 보증금 있는 매물 2.1%로 비슷했다. 즉 "무보증이니 반지하일 것"이라는 짐작과 달리, 층수 자체는 무보증 여부와 큰 관련이 없었다. 무보증 여부를 가르는 건 건물의 높낮이가 아니라 건축연차와 건물 유형(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 여부)이라는 뜻이다.

보증금 없는 대신 손해 보는 게 아니다

흔히 "보증금이 없으면 집주인이 그만큼 월세로 만회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번 실거래가 분석으로는 그 반대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다. 관악구 원룸 시세에서 이미 확인했듯 이 지역들은 애초에 월세 자체가 낮은 편이라, 무보증 계약이 몰려 있는 것도 결국 원룸 재고가 많고 임대료가 낮은 동네의 특성과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신림역·구로디지털단지·가산디지털단지 통근을 고려 중이라면, 목돈이 부담스러울 때 무보증 매물을 무리해서 찾기보다는 이 동네 자체의 원룸 시세가 이미 낮다는 점을 먼저 참고하는 편이 낫다.

흔치 않은 계약 조건이라는 공통점

무보증 계약처럼 표준적인 조건에서 벗어난 계약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는 단기임대, 1년 이하 계약이 실제로 얼마나 될까 칼럼에서도 다뤘다. 두 칼럼을 함께 보면, "표준"(보증금 있는 2년 계약)에서 벗어난 조건일수록 매물을 찾기 어렵고, 그만큼 특정 동네·특정 건물 유형에 몰려 있다는 공통된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무보증 계약을 찾을 때도 이 패턴을 그대로 적용해볼 만하다 — 신축·업무지구보다는 구축이 많고 임대료 자체가 낮은 동네 위주로 발품을 팔아야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무보증 매물을 알아볼 때 체크할 것

다만 보증금이 없다는 건 세입자에게도 안전판이 없다는 뜻이다. 통상 보증금은 임대료 체납이나 원상복구 비용을 상쇄하는 역할도 하지만, 동시에 세입자 입장에선 계약 종료 시 돌려받을 목돈이기도 하다. 무보증 계약은 그 목돈 자체가 없으니 초기 부담은 적지만 계약 관계에서 협상력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 실제 매물을 보러 가기 전에는 방문 체크리스트로 건물 상태와 특약 조건을 미리 점검해두는 걸 추천한다. 보증금이 적거나 없는 매물일수록 전세권·확정일자 같은 법적 보호 장치를 놓치기 쉬우니, 계약 전 등기부등본 확인은 보증금 액수와 무관하게 챙겨야 한다. 지역별 최신 실거래 시세는 동네 시세 전체보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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