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컷
칼럼

회사 '개수'와 '규모'는 다르게 논다 — 국민연금 데이터로 다시 매긴 오피스 밀집 동네

운영자 · 발행 2026-09-13 · 수정 2026-10-01

카카오맵 등록 개수로는 알 수 없는 것

동네에 회사가 얼마나 있는지 가늠할 때 흔히 지도 서비스의 "회사·오피스" 카테고리 개수를 참고한다. 그런데 이 방식은 지도에 장소로 등록하지 않은 중소 제조업체나 사무실을 통째로 빠뜨린다. 출근컷은 국민연금공단이 공개한 "국민연금 가입 사업장 내역"(2026년 8월 25일 스냅샷, 전국 55만여 개 사업장)을 확보해 지도 검색 폴백 데이터로 쓰고 있는데, 이 데이터에는 사업장별 가입자(근무자) 수까지 포함돼 있어 "회사가 몇 개 있는지"뿐 아니라 "그 회사들이 얼마나 큰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

회사 개수 1위는 구로동, 그런데

출근컷이 주요 업무지구 인근 10개 동(성수동 1가·2가 포함)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사업장 개수가 가장 많은 곳은 구로동으로 104곳이 등록돼 있었다. 성수동(1가·2가 합산) 51곳, 논현동 42곳이 뒤를 이었다. 반면 여의도동은 16곳으로 개수만 보면 순위가 낮은 편이었다. 그런데 사업장당 평균 가입자 수를 계산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의도동은 16개 사업장에 등록된 가입자가 총 2,722명으로, 사업장당 평균 170명에 달했다. 반면 구로동은 104개 사업장에 1,433명으로 평균 13.8명, 성수동은 51개 사업장에 509명으로 평균 10명 수준이었다. 성수동2가만 따로 떼어봐도 표본 280건으로 실제 원룸 시세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 있는 지역이다. 즉 구로동·성수동은 "작은 회사가 많은 동네", 여의도동은 "적지만 큰 회사가 모인 동네"라는 뜻이다. 사당동 인근과 가산동 인근도 소규모 사업체 비중이 높은 쪽에 가까웠다(동별 수치는 아래 표에 모았다).

후보 밖 동네들도 흥미롭다

비교 후보에 넣었던 문정동은 법조타운·오피스가 밀집한 지역답게 개수 대비 규모가 큰 편이었다. 당산동도 여의도만큼은 아니어도 사업장당 규모가 상당히 큰 축에 속했다. 반면 역삼동은 "강남 = 대기업 밀집"이라는 통념과 달리 이 데이터 기준으로는 중소 규모 사업장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를 5개 동 더 넓혀봤다

처음 10개 동(성수동 1가·2가 포함)은 출근컷이 이미 다루는 5대 업무지구 인근으로 한정했던 후보였다. 이번엔 범위를 넓혀 마곡·상암·분당·강남 등 다른 오피스 밀집 지역 5곳(마곡동·상암동·정자동·삼성동·청담동)을 같은 방식으로 추가 조회했다. 마곡동은 133개 사업장에 4,180명이 등록돼 있어, 앞선 10개 동보다도 사업장 개수 자체가 훨씬 많았다 — LG·코오롱 등 대기업 연구단지가 조성된 지역답게 최근 몇 년 새 입주가 몰린 결과로 보인다. 마곡나루역 인근을 알아보고 있다면 참고할 만한 수치다. 상암동은 개수는 적지만 사업장당 규모가 컸는데, 방송사·미디어 기업 위주로 큰 사업장이 소수 있는 구조로 해석된다. 분당구 정자동은 판교역 인근 업무지구답게 중소 규모 사업장이 고르게 분포했다. 강남구 삼성동과 청담동은 두 곳 모두 사업장당 규모가 작았다 — 강남구 안에서도 유명한 동네일수록 오히려 소규모 사업장 비중이 높다는 점은, 앞서 역삼동 사례와 함께 "강남 = 대기업"이라는 통념을 다시 한번 반박하는 결과다.

규모가 가장 큰 동 vs 개수가 가장 많은 동

아래 표의 14개 동(성수동은 1가·2가를 합산)을 전부 놓고 보면 사업장당 평균 가입자 수가 가장 큰 곳은 여의도동(170명)이었고 그다음이 상암동(65.8명), 당산동(58.4명) 순이었다. 반대로 사업장 개수가 가장 많은 곳은 마곡동(133곳), 구로동(104곳)으로 순위가 완전히 뒤바뀐다.

동별 사업장당 평균 가입자 수 (상위 10개 동)
여의도동170명상암동65.8명당산동58.4명사당동41.7명문정동34.6명마곡동31.4명정자동18.9명역삼동14.3명구로동13.8명가산동13.2명

이 밖에 성수동은 평균 10명, 삼성동은 8.8명, 청담동은 5.4명으로 하위권이었다. 반대로 사업장 개수와 가입자 합계를 보면 순위가 완전히 달라진다.

동사업장 수가입자 합계
마곡동133곳4,180명
구로동104곳1,433명
성수동51곳509명
논현동42곳집계 없음
역삼동34곳487명
삼성동28곳245명
정자동23곳434명
청담동23곳124명
당산동17곳993명
여의도동16곳2,722명
가산동14곳185명
사당동10곳417명
문정동9곳311명
상암동6곳395명

마곡동처럼 사업장 개수와 가입자 수가 둘 다 많은 동네는 최근 조성된 신흥 업무지구일 가능성이 높고, 여의도동처럼 개수는 적은데 가입자 수만 많은 동네는 소수의 대형 사업장(금융사·증권사 본사 등)이 지역 전체를 대표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지표의 순위가 이렇게 갈린다는 사실 자체가 "회사가 몇 개 있는지"와 "그 동네에 출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로 봐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어느 동네의 출근 수요를 가늠할 때는 사업장 개수 표와 사업장당 평균 그래프를 함께 보고, 가입자 합계가 큰 동네인지 작은 회사가 흩어진 동네인지 구분해서 읽는 편이 안전하다.

대표 사업장으로 성격을 다시 확인하면

동별 평균만으로는 감이 잘 안 잡힐 수 있어, 사업장 이름까지 직접 열어봤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사업장을 동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동대표 사업장가입자 수
마곡동코오롱인더스트리919명
마곡동도레이첨단소재401명
여의도동안진회계법인2,415명
구로동(주)유풍276명

마곡동에서는 대기업 연구·생산시설이 평균 가입자 수(31.4명)를 실제로 끌어올리는 주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여의도동에서는 안진회계법인 한 곳이 여의도동 전체 가입자(2,722명)의 89%를 차지했다. 사업장당 평균 170명이라는 수치가 사실은 "고르게 큰 회사들이 모여 있어서"가 아니라 "대형 사업장 한두 곳이 평균을 밀어 올려서"에 가깝다는 뜻이다. 반면 구로동은 가장 큰 사업장이 276명 수준에 그쳤고, 그다음은 100명 안팎의 중소 사업장들이 이어졌다 — 여의도동과 달리 특정 한 곳에 쏠리지 않고 여러 사업장에 고르게 분산된 구조라는 게 이름 단위로도 다시 확인된다.

이 데이터,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이 지표는 "이 동네가 진짜 회사 밀집 지역인지, 아니면 소수의 대기업 하나 때문에 유명한 건지"를 구분하는 데 유용하다. 예를 들어 여의도동처럼 사업장당 규모가 큰 동네는 그 대기업 하나의 이전·구조조정에 지역 상권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반면, 구로동·마곡동처럼 소규모 사업장이 많은 동네는 특정 기업 하나의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흔들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비교는 국민연금 데이터 전체(55만 건)를 전수 조사한 것이 아니라 출근컷이 이미 다루는 업무지구 인근 동네와 그 밖의 오피스 밀집 지역 몇 곳을 후보로 뽑아 비교한 결과라는 점은 밝혀둔다. 또한 주소에 특정 동 이름이 포함된 사업장을 단순 문자열로 집계한 것이라, 같은 이름의 동이 여러 시군구에 있는 경우(정자동은 수원시 장안구에도 있다) 실제로는 후보 지역과 무관한 사업장이 섞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회사가 동 전체 평균을 좌우할 수도 있다

여의도동 사례는 이 지표를 해석할 때 조심해야 할 부분도 보여준다. 안진회계법인 한 곳(2,415명)이 여의도동 전체 가입자(2,722명)의 89%를 차지한다는 건, 만약 이 회사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 여의도동의 "사업장당 평균 근무자 규모"라는 지표 자체가 통째로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대로 마곡동은 코오롱인더스트리(919명)·도레이첨단소재(401명) 등 여러 대형 사업장이 나눠 분포하고 있어, 특정 한 회사의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흔들리는 구조다. 이처럼 같은 "대기업 밀집 동네"라도 그 안에 사업장이 얼마나 분산돼 있는지에 따라 지역 경제의 안정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우리 회사 주소로도 검색해보기

출근컷은 지도 서비스에 다 안 잡히는 이런 회사 데이터를 홈 검색 폴백으로 연결해, 카카오맵에 등록 안 된 중소기업 직장인도 회사 주소만 입력하면 통근시간 기반 자취방 추천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본인 회사가 검색이 잘 안 된다면 통근시간·예산 비교에서 회사 주소를 직접 입력해보는 걸 추천한다. 회사가 밀집한 동네일수록 원룸 시세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는 보증금과 월세를 하나로 합치면? 칼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댓글 0